불혹(不惑), 미혹(迷惑)하다. 리을무용단 창단 40주년 기념 정기공연 ‘미혹(Allure)’은 중의성 강한 무대를 지향했다. 40년 춤 세월을 눅진하게 길어올리고픈 마음의 고양이라 볼 수 있다.

서울문화재단 2024 예술창작활동지원사업 선정작인 이번 무대는 2024년 9월 21~22일(21일 필자 관람),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개최됐다.

1984년 창단된 리을무용단은 초대 배정혜 단장을 시작으로 한국창작무용의 역사를 지속적으로 쓰고 있다. 창단작 ‘대화’를 기점으로 매해 정기공연을 통해 양질의 작품으로 화두를 던진다. ‘미혹’(예술감독 김수현, 안무 이희자)은 그동안의 역사를 반추하고, 성찰하듯 철학성이 배태돼 움직임으로 연결된 무대였다. 미혹됨과 미혹되지 않음의 양가성(兩價性)은 춤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요, 전통과 현대의 경계 넘나듦에 대한 미래적 거울이 됐다.

작품은 빛과 어둠의 경계에서 출발한다. 대립(對立), 분화(分化), 전화(轉化), 체용(體用), 의존(依存), 소장(消長)의 고개를 넘어 다시 찬란한 빛을 꿈꾼다.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Friedrich Nietzsche)가 언급한 ‘초인(超人)’, ‘초극(超克)’을 호명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묵직하다. 결국 예술 속 예술가의 모습도 비춰지고, 확대하면 삶을 영위하는 모든 사람들의 모습까지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음과 양의 경계, 분열과 대립 속 하나로 이어지는 연결성은 삶의 삼투압 현상 속 이항(二項) 구조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항(二項)은 이항(移項)이란 숙명을 받아들이고, 헤쳐나갈 때 이룩되는 성전이기도 하다.

이번 작품에 등장한 사당탈은 여자 예인을 상징한다. 리을무용단의 자화상이라 부를 수 있다. 2인무, 3인무, 5인무 등 다양한 앙상블과 군무의 배치 및 전개는 각 장이 지닌 주제의식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특히 영상 처리는 입체감을 조성하는 데 기여했다. 댄스플로어에서 번지는 음양의 생성과 소멸 등은 움직임과 조응(照應)해 협응(協應) 효과를 냈다.

불혹의 춤 40년은 소중한 시간의 산물이다. 그 궤적으로 담아낸 이번 무대는 흔들리지 않는 자유를 외친 춤미혹이었다.

이주영 무용칼럼니스트  jy034@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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