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만 안무가

“원작에서 퍽이 사랑을 엇갈리게 만드는 장난꾸러기 어린이 같은 캐릭터였다면, 이번 작품에서 퍽은 오랜 세월 사랑의 우여곡절을 지나온 현자(賢者)와 같은 존재로 사랑과 상상을 열어주는 메신저이다. 안무가의 다양한 상상을 연결해 주는 문이자, 관객들이 자신을 투영해서 볼 수 있는 거울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서울시발레단의 창단 공연 <한여름 밤의 꿈> 안무를 맡은 주재만 안무가는 작품 속 캐릭터 요정 ‘퍽’의 시선으로 보는 상상과 환상의 세계로 재해석했다고 안무 컨셉을 말했다.

세종문화회관 서울시발레단은 원작이 가진 ‘사랑’과 ‘꿈’을 모티브로 주재만 안무가 스타일의 컨템퍼러리 발레로 과감하게 재구성한 전막 창작발레로 창단 기념공연의 문을 연다.

8월 23일부터 25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초연하며 3회 공연한다.

안무와 총연출을 맡은 재미(在美) 안무가 주재만은 뉴욕 컴플렉션즈 컨템퍼러리 발레단, 피츠버그 발레단 등 미국 유수 발레단에서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작품을 통해 전통적 발레 테크닉과 라인을 바탕으로 움직임에 대한 다양성과 상상력을 담은 작품을 선보이며 미국을 중심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다. 국내에서도 와이즈발레단과 <인터메쪼 Intermezzo>(2018), <비타 VITA>(2021), 광주시립발레단과 <디바인 DIVINE>(5.18 광주민주화항쟁 소재, 2023) 등의 작업으로 주목을 받았다.

7..22, 제작발표회

그는 지난 7월 22일, 제작발표회에서 “대한민국 발레계에 컨템퍼러리 발레의 정착과 확산이 촉진되는데 한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사명감과 책임감”으로 서울시발레단 창단 공연에 임하고 있다며, “관객들이 극장에서 뭔가를 보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릴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무용예술이 가진 힘” 이라고 강조했다.

제작발표회에서 _리앙 시후아이, 주재만 안무가, 안호상 사장, 원진호 무용수, 이승용 무용수(왼쪽 부터)

스펙터클한 판타지 무대

<한여름 밤의 꿈>은 사랑의 극적인 행복과 아름다움, 처절함과 상실, 아픔 등 사랑에 대한 다양한 감정과 각기 다른 꿈들을 통해 나 자신을 사랑함으로써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는 ‘사랑’의 본질을 웅장하고도 섬세한 컨템퍼러리 발레로 전달한다.

7m 높이의 대형세트와 멀티미디어를 활용한 영상, 150벌의 의상 등으로 스펙터클한 무대미학을 연출한다. 의상 디자인은 컨템포러리 발레 전문 의상 디자이너 크리스틴 다치(Christine Darch)가 협업한다.

음악은 로베르트 슈만의 가곡과 피아노곡이 중심이 된다. 또한, 미국에서 활동하는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필립 다니엘이 이번 작품을 위해 2곡을 새롭게 작곡해 무대에서 직접 라이브 연주로 선보인다. 서정적이며 때로는 격정적인 음악은 판타지 가득한 무대와 어우러져 <한여름 밤의 꿈>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 것으로 기대된다.

공연은 총 2막 7장으로 구성된다. 고전 발레의 우아한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동작부터 현대무용의 요소와 인간의 내밀한 감정을 표현한 농밀한 움직임까지 담는다.

<한 여름 밤의 꿈> 연습에 한창이다

<한여름 밤의 꿈> 홍보 영상

1막이 사랑의 순수성과 아름다움, 처절함과 아픔을 대형 군무 중심으로 보여준다면, 2막은 개별적 인물과 관계에 보다 집중한다. 순수한 사랑을 나누는 연인, 상실한 사랑으로 슬픔에 빠진 사람, 삼각관계에 놓인 이들 등 각기 다른 사랑의 모습이 2인무, 3인무 등으로 펼쳐지며 관객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2024 시즌 무용수

2024시즌 무용수 5인 & 32명 무용수 출연

출연하는 무용수들은 지난 1월 서울시발레단의 첫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24시즌 무용수와 프로젝트 무용수, 해외 발레단에서 활동 중인 해외 객원 무용수, 작품의 성격을 고려한 캐스팅콜 등을 통해 선발된 32명의 무용수가 무대에 오른다.

주역인 “퍽”은 프로젝트 무용수인 리앙 시후아이와 슬로바키아국립발레단 종신 솔리스트인 이승용이 더블 캐스팅됐다. 또한 원진호, 이지희, 김민경, 김여진, 김희현, 이근희, 이정우 등 10인이 주역으로 캐스팅되어 솔로(1인무), 파드되(2인무), 파드트로와(3인무) 등 다채로운 구성으로 사랑의 다양한 형태와 감정들을 선보인다.

이승용

해외 객원 무용수 이승용은 이번 공연으로 8년 만에 한국 관객을 만난다. 국립발레단을 거쳐 2017년 슬로바키아국립발레단에 입단, 현재 종신 솔리스트로 활동 중인 이승용은“해외에서 활동했던 레퍼토리와 전혀 다른 경험을 하고 있어 굉장히 고취된 상태로 연습에 임하고 있다”며 한국의 좋은 무용수들과 합을 맞추고, 같이 땀 흘리며 공연을 준비하는 것이 해외 생활 중 그리웠던 것 중의 하나였다고 밝혔다. 더불어 주재만 안무가와 작업하며 예술적 성장은 물론이고,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과 감정에 대해 많이 배우고 있다는 소감을 전했다.

리앙 시후아이

리앙 시후아이

한국에서 17년째 활동 중으로, 주역 “퍽”에 캐스팅된 리앙 시후아이는 유니버설발레단 솔리스트에서 컨템퍼러리 발레 공연에 대한 갈망으로 프리랜서 무용수로 전향해 활동하던 중 서울시발레단 오디션에 응시했다.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어려움도 있지만 무용수로서 ‘내가 다른 사람의 꿈에 살고 있음’을 생각하면 힘이 난다고 한다.

원지호_무용수

24시즌 무용수인 원진호는“세종 대극장이라는 큰 무대에서 컨템퍼러리 발레를 한다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5월부터 준비하며 기대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빨리 관객들을 만나고 싶다는 소감을 전했다.

주재만 안무가가 <한 여름 밤의 꿈> 공연을 앞두고 안무 지도를 하고 있다.

주재만 안무가는 “서울시발레단 창단 작품으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규모의 신작을 세계 초연하는 것 자체가 큰 도전이었다”며, “밤이 지나면 아침이 찾아오는 것처럼, 새롭게 창단하는 서울시발레단이 이번 공연 이후 맞이할 새로운 날, 희망찬 미래를 담고 싶었다”고 <한여름 밤의 꿈>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

세종문화회관 안호상 사장은 “컨템퍼러리 발레를 선보이는 서울시발레단은 클래식 발레 중심의 우리나라에서 발레계와 관객 모두에게 아직은 낯설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창단 공연 <한여름 밤의 꿈>을 시작으로 클래식 발레가 줄 수 없는 새로운 에너지를 가진 컨템퍼러리 발레의 매력을 관객들이 알 수 있도록 하겠다. 과감한 시도와 완성도 높은 작품 제작으로 안무가, 무용수, 관객과 함께 한국 컨템퍼러리 발레의 새로운 길을 일구고 만들어가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지난 7월 9일 티켓 판매를 시작한 창단 공연 <한여름 밤의 꿈>은 1주일 만에 좌석의 50%가 판매되고, 10월 더블빌 <한스 판 마넨✕차진엽>과 엮은 패키지 200매가 오픈 당일 매진되는 등 새롭게 출범하는 서울시발레단의 공연에 대한 관객들의 뜨거운 관심과 기대를 보여주고 있다.

8.23(금)-8.25(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이수민 기자  Press@ithemo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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