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자는 무대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연주를 마칠 때까지 소리의 생명력에 필사적으로 매달려야 한다. 지나간 순간은 다시 되돌릴 수 없으며, 제아무리 완벽한 음악도 소리의 파장이 끝나면 끝이기 때문이다. 그 순간, 그것으로 끝이다.”

환한 스포트라이트 속에 박수갈채를 받는 화려한 무대 위의 연주자들. 그들에게도 무대는 매순간 두렵고 무서운 곳이다. 음악을 업으로 삼아 사랑하는 음악에 대한 탐구와 연주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으로 자신의 생(生)에 진심이고자 하는 젊은 연주자가 허심탄회한 음악자술서를 출간했다. 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는 자신의 직업으로서 음악에 대해 갖는 양가적 감점과 무대 뒤의 개인적 삶에 대한 이야기를 자신의 첫 에세이 <언젠가 반짝일 수 있을까>에 담아 말한다. 그는 음악인의 삶이 어렵긴 하지만 명백히 쿨한 직업이라고 말한다. “지나간 사람 그리고 그들이 느꼈던 감정과 사상을 바로 지금, 여기로 옮겨올 수 있는 직업이라니, 이건 정말 너무 멋지다”며, 그래서 생명력 넘치는 그 한순간을 위해 연습을 안 할 수가 없다고 토로한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직업으로서 ‘음악’을 사랑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고백한다.

타고난 운명적인 동료 연주자들과 달리 그의 음악에 대한 사랑은 운명적이지 않았고 처음부터 한결같이 않아 고통스러웠다고까지 말한다. 음악이 왜 그토록 강하고 당연한 것인지에 대해 회의하며 잠 못 이룬 시간이 많았다고 한다. 음악가의 삶은 낭만적이지 않고 오히려 고될 때가 많다면서도 무대에서의 완벽한 그 순간에 대한 상상이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더 강인하게 한다고 말할 때, 그는 천상 타고난 음악인이 아닐까.

1988년생 밀레니얼 세대 저자는 10대 때 미국으로 건너간 ‘동양인 여성’이다. 연주자로 성공하고 싶어 유명하다는 대학도 들어갔고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도 했다. 그러나 그가 바라본 세계는 멋지지도, 공정하지도 않았기에 분노할 때도 많았지만, 주변 사람들은 그를 “건방지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그는 《언젠가 반짝일 수 있을까》 2장에 연주자가 아닌 밀레니얼 동양인 여성으로서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밀레니얼로서 겪는 기존 세계와의 갈등부터 못난 어른이 아닌 자신을 가르쳐준 선생님처럼 멋지고 괜찮은 어른이 되고 싶다는 욕망, 사랑하는 존재를 잃었지만 그조차 음악과 연결시켜야 하는 슬픔, 돈을 벌기 위해 하루 종일 레슨을 하고 패딩을 껴입고 자야 했던 시간,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뭔지 확인하기 위해 거쳐야 했던 방황, ‘내 집’에 대한 바람까지. 동시대를 살아가는 밀레니얼이라면, 어딘가에서 분투하고 있을 여성이라면 고개를 끄덕거릴 이야기가 가득하다.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다른 사람에 비해 너무 평범한 건 아닐까?” 조진주는 끊임없이 질문한다. 그는 “너는 충분하지 않아, 너는 안 돼” 이런 말도 수없이 들었다고 고백한다. 그러면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를 고민한다. 그러면서 스스로를 지켜낼 수 있는 방법으로 맷집을 기르기로 한다. “음악을 비롯한 모든 예술의 세계를 방황하는 건 꽤 멋진 일이지만 맷집이 좋아야 견딜 수 있는 일이다..... 감정적 폭력에 노출돼도 ‘나는 내 갈 길 간다’는 식의 고집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나는 음악을 사랑하는 법을 오랜 시간에 걸쳐 배워야 했다.“며 음악을 사랑하는 것이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과정과 마찬가지로 많은 아픔을 동반하기도 했다고 털어놓는다. 스스로 ‘음악에게 바치는 고해성사’라고 하는 그의 글은 음악인으로 성숙해가는 젊은 예술가의 성장기록이며 음악을 사랑하는 모두와의 공유에 대한 희구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OgLuQ9sWbag

강영우 기자  press@ithemo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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