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장) 나모도 바히돌도 업슨 뫼헤

(2장) 매게 쪼친 가토리 안과

(3장) 대천 바다 한가온대 일천석 시른 배에, 

노도 일코 닷도 일코 뇽총도 근코 돗대 도 것고 치도 빠지고, 

바람 불어 물결치고 안개 뒤섯계 자자진 날에, 

갈 길은 천리만리 나믄듸 사면이 거머어득 져뭇 

천지 적막 가치노을 떳난듸 수적 만난 도사공의 안과

(4장) 엇그제

(5장) 님 여흰 내 안히야 엇다가 가을 하리요

설상가상, 사면초가이다. 나무도 바윗돌도 없는 산에서 매에게 쫓긴 까투리의 마음과 대천 바다 한 가운데 일 천 석 실은 배에 노도 잃고, 닻도 잃고 용총(돛대의 줄)도 끊어지고, 돛대도 꺾이고, 키도 빠지고, 바람 불어 물결치고, 안개 뒤섞여 잦아진 날에 갈 길은 천리 만리 남았는데, 사면은 검어 어둑어둑하고, 천지는 적막, 사나운 파도치는데 해적 만난 선장의 마음과 엊그제 님을 여읜 내 마음이야 어디에다 비교할 수 있으리오.

까치놀은 폭풍우가 일기 전 저녁 때 서쪽 하늘에 지는 놀을 말하는데 뱃사람들이 이 노을을 몹시 무서워했다고 한다. 임을 잃은 암담한 상황을 까투리(암꿩)와 도사공(뱃사공)의 과장된 극한 상황에 비교했다. 매에 쫓긴 카투리나 파산 직전의 도사공의 심정보다 임 잃은 심정이 더 참담하다는 것이다.

‘편락’은 ‘편락시조’라고도 한다. 편은 ‘엮음’,‘사설’과 같은 의미이며 ‘낙시조’는 ‘낙’의 준말로 삭대엽에서 파생된 노래의 한 형태이다. 계락·우락·언락·편락 등을 이르는 말이다. 이러한 농(弄)·낙·편(編) 계열의 곡들은 삭대엽에서 파생되었으며 조선 후기 사설시조와 함께 등장했다.「편락」은 남창 가곡으로 리듬을 촘촘히 엮어 흥청거리며 부르는 사설조의 노래이다.

장단은 중여음을 포함, 1장부터 5장까지는 10박 편장단이고 대여음은 16박 기본 장단이다. 대여음과 사설 장단이 서로 다른 것이 특징이다. 편장단은 「우편」,「편수대엽」,「언편」,「편락」등에 쓰이는 장단이다. 초수대엽에서 삼수대엽까지는 속도가 느리며 농․낙은 중간 속도, 편의 곡들은 빠른 속도이다. 만․중․삭대엽과 같은 빠르기 형식을 취하고 있다.

「편락」은 처음에는 우조로, 3장 중간부터는 계면조로 악곡 도중 조가 바뀌는 남창으로만 부르는 곡이다. 가곡은 복식 호흡을 쓰며 전문가들은 ‘뒷목을 쓴다’고 한다. 가사나 시조, 여창가곡은 속소리를 쓰지만 남창가곡은 진중하고 꿋꿋한 목소리를 내야하기 때문에 통목을 쓴다.

‘아’는 ‘아으’로 발음하고 단모음 ‘애’, 이중모음 ‘의’ 같은 경우는 ‘아으이’,‘으이’ 등으로 모음을 나누어 사용한다. 같은 모음을 여러 음에 걸쳐 길게 노래할 경우는 ‘ㅎ’음가를 넣어 ‘하’나 ‘후’처럼 소리를 낸다.「편락」의 4장 ‘엊그제’는 ‘어 으 흣그 으 흐저 어 히’로 모음을 나누어 늘려서 부른다.

『가곡원류』는 이 곡을 “봄·가을의 비·바람과 초·한의 하늘과 땅(春秋風雨 楚漢乾坤)”이라고 표현했다. 춘추 전국 시대의 혼란과 초․한이 천하를 놓고 다투던 시대처럼 시끄럽고 변화무쌍하다는 것이다. 1,2,3장은 매에 쫓기듯, 수적에게 쯫기듯 쉴 새없이 부르다 4장에 와서는 자신의 마음으로 되돌아와 탄식조로 느리게 불러 분위기를 반전시킨다. 5장에서 적당히 속도를 조절, 조용히 곡을 마무리한다.

감정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으려는 듯 경쾌하기도 하고 흥청거리기도 하지만 임 잃은 마음처럼 왠지 시끄럽고 어두운 느낌이 든다.오히려 듣는 이로 하여금 애련의 마음을 갖게해 안쓰러운 마음마저 든다. 진퇴유곡, 초미지급이니 임 잃은 한 남자의 독백도 이보다 더하겠는가.

「나무도」·「청홀치」·「솔아래의」·「봉황대상」·「목붉은」·「석인이」의 여섯 곡이 있고, 노래말에 따라 가락이 조금씩 다르다.

밖에는 눈이 내린다. 겨울 날 창가에 앉아 사랑했던 사람을 생각하며 이 노래를 부른다면 한층 더 젊어지지 않을까.

석야 신웅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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